2024 월간사진 2024년 12월호
강소라 월간사진 에디터
윤기강은 일상에서 부유(浮遊)하는 이미지의 단면을 포착하여 내면의 시선과 맞추어 보는 편집의 과정을 거쳐 내러티브(narrative)를 만든다. 이미지를 마주하고 선별하여 보여주기까지, 모든 과정에는 작가의 호흡과 그 이미지가 시적으로 포개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시’라는 발음은 한글에서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흐르는 시간을 뜻하는 시(時)로 발음되기도 하고 바라봄을 뜻하는 시(視)로 발음되기도 하며 비유와 운율의 문학인 시(詩)로도 발음된다. 작가는 입술 사이로 바람을 가르듯 흘러나오는 이 짧은 발음과, 이제껏 자신이 해온 사진이 닮아 있다고 느낀다. 그가 고른 단어와 이미지는 공간 속에 배열되어 리듬과 운율을 꾸리며, 그가 앓고-잃고-잊은 삶의 편린(浮遊)을 전하는 시로 재구성된다.
2024 K-청년 사진영상 작가 양성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심사평
■ 국립현대미술관 이민아 학예연구사
‘나’에서 비롯된 세계 읽기
120명의 출품작은 각 작가의 관점과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달랐다. 작품 경향은 크게 시각적인 이미지 구현 방식, 작가의 개념 및 시각탐구, 매체 실험의 세 자기 속성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이 세 가지 특성을 모두 포함하는 작업도 있지만 대개 두 개의 특징을 공통 부문으로 보유하고 있다.
‘나’라는 주체에서 출발한 주제가 다수 포함되어 여기서 파생된 작업의 지형도와 갈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가령 고향과 먼 도시의 학교를 다니게 된 작가들의 작업을 살펴본다. 첫 번째, 성인이 되어 독립적인 환경에 홀로 놓임으로써 느낀 고독과 불안, 외로움과 같은 개인적 감정에 집중한 사진, 두 번째, 원가족과 떨어져 학교에 다니며 심적, 물리적 거리감을 획득한 후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관계를 탐색한 작업, 세 번째, 학교와 고향을 오가는 길 위에서 발견한 도시 풍경을 해석한 작업들은 한국 사회의 현재를 보여주기도 한다. 나에서 출발한 작업은 가족(타인), 환경으로 포착의 대상과 주제는 같으면서도 다르게 구축됨을 알 수 있다.
물론 작업 노트를 읽지 않으면 작업의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SNS 피드를 종횡하는 정방형, 세로형 이미지처럼 미적으로 아름다우며, 색감으로 작가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는 방식을 택한 작업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디지털 사진이지만 1990년대 노스텔지어가 묻어있는 작업은 그야말로 잘 찍은 작업이다. 모든 작업에 의도가 내비춰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의 층위가 알레고리처럼 존재해 작가의 의도와 관람자의 해석이 자유로운 교류가 촉발될 작업에 기대가 컸다.
이에 표면적인 이미지, 분위기, 심상 너머의 작가의 작업 의도가 보이는 작품에 높은 점수를 책정했다. 기성세대 작가의 작업 중에서도 시대가 변해도 계속 전시되거나 회자되는 작업을 예시로 심사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이렇듯 다양한 기획전과 비평에 거론되는 작업은 작가가 작업했던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어느 시대든 진행형으로 다르게 읽힐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작업, 그 방식이 거칠어도 메시지가 명확하게 있는 작업이 시각적으로 진솔하게 다가왔다. 자기라는 거울을 통해 타인, 세상을 엿보려는 시도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의 지표가 보이는 작가가 꾸준히 이야기를 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물론 자신이 집중하는 피사체, 관계 속에 발생한 이야기를 가장 없이 촬영하고 보여주기의 어려움도 이해한다.
120명의 지원자의 주제는 각기 달랐지만 그 안에는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령 심리적으로 어려운 존재인 아버지,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개인의 상처, 불안, 사랑의 모습이 보였고, 한국 내의 남성 가장의 역할에 대한 일반적인 모습과 대상에 대한 작가의 기대심리를 엿볼 수 있었다. 반면, 어머니, 할머니를 다루거나 그들이 등장하는 작업은 농촌, 고향, 쓸쓸히 낙후되어가는 도시안의 무언의 돌봄처럼 정서적인 시간성이 보여졌다.
신진작가로서 자신의 작업세계를 점차 첨예하게 구축시킬 작가들이 더 많은 작업, 레퍼런스를 통해 작업세계의 깊이를 더해나가길 기대한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이나 상처를 용기있게 표현한 작업은 타인에게 용기와 공감의 기회를 제공했음이 분명하다. 기술의 고도화로 정밀한 이미지 표현이 수월해진 현시점과 앞으로의 예술계에서 요점은 작가만의 꾸준한 의식의 표현일 것이다.
2017 제 17회 대한민국청소년미디어대전 대상작 심사평
심사위원 오형근
가족이라는 친밀한 일상 속에서도 은근히 내재된 긴장감과 고립감 그리고 심리적인 거리감을 독특하게 표현했다. 화면 구성과 인물의 시선을 읽어내는 능력이 흥미롭다.
심사위원 허현주
가족은 사회의 가장 기본 단위이다. 그런 가족의 구성원들이 이제는 서로 거리감을 느끼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들의 가족이 서로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청소년들이 바라보는 가족의 의미가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는 것 같다. 가까우면서도 먼, 또 멀게 느껴지지만 가장 가까운 존재는 바로 가족이다.